본문 바로가기

현금 없는 사회의 시작, 'CBDC'란 무엇인가

by Jun the guest 2025. 4. 16.
728x90
728x170

 

화폐는 현재 진화중 CBDC 썸네일

 

 

 당신의 화폐는 현재 '진화중'

 

© Clay Banks, Unsplash
© Clay Banks, Unsplash

 

  마지막으로 현금을 만졌던 순간이 언제였는지 떠올려 보자. 지폐를 꺼내 계산대에 올려놓던 장면은 이제 마치 흑백사진처럼 멀게 느껴진다. 간단한 점심 한 끼도, 친구에게 송금하는 일도, 모두 손 안의 스마트폰 하나면 해결된다.

 

  기술은 화폐를 디지털의 세계로 밀어 넣었고, 그 흐름의 끝자락에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라는 거대한 전환점이 놓여 있다.

 

  2025년, 세계는 지금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라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과 마주하고 있다. 암호화폐가 불러온 금융의 혁신에 대응하듯, 각국의 중앙은행은 CBDC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는 단순한 결제 수단의 변화가 아닌, 금융 시스템 전반의 지각변동이며, 우리가 상상하던 '현금 없는 사회'의 정체를 드러내는 결정적 신호다.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법정화폐, CBDC

 

© user6702303, Freepik
© user6702303, Freepik

 

  'CBDC'는 중앙은행이 발행하고 관리하는 디지털 형태의 법정화폐이다. 이는 민간은행이나 전자화폐 기업이 발행하는 디지털 머니와는 명확히 구분된다.

 

  CBDC는 법적으로도 기존 지폐와 동등한 지위를 가지며, 중앙은행의 '직접적인 부채(Liability)'로 간주된다. CBDC는 크게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 소매형(Retail CBDC): 일반 시민이 일상적인 소비에 사용하는 형태로, 실질적으로 '디지털 지폐'에 가까운 개념이다.

  • 도매형(Wholesale CBDC): 금융기관 간 결제와 정산에 사용되며, 금융 인프라의 효율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국제결제은행(BIS, 2023)'의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86%의 중앙은행이 CBDC를 연구 중이며, 이 중 60%는 이미 시험 운영 단계에 진입했다.

 

 

 왜 CBDC인가?

 

 

  CBDC의 필요성은 단순한 디지털 전환에 그치지 않는다. 다음과 같은 주요 요인이 그 도입을 촉진하고 있다.

 

 

 금융 포용성 확대

 

 

  '세계은행(World Bank)'의 2022년 보고된 바에 의하면 전 세계 약 17억 명의 성인이 은행 계좌가 없는 상태로 알려져 있다. CBDC는 스마트폰이나 간단한 디지털 지갑만으로도 금융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하여 비은행계층의 금융 접근성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민간 암호화폐 대응

 

 

  비트코인과 같은 탈중앙화 암호화폐는 국가 통화주권을 위협할 수 있다.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는 안정적인 디지털 화폐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결제 시스템의 효율화

 

 

  CBDC는 실시간 결제 및 정산이 가능하며, 기존의 중개기관을 최소화함으로써 송금 비용과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 2024년 '국제통화기금(IMF, International Monetary Fund)'으로부터 보고된 바에 의하면 CBDC가 국제 송금 비용을 평균 40% 이상 절감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기존 화폐와의 차별점

 

 

  CBDC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주요 특징을 지닌다.

 

 

  • 프로그래머블 머니(Programmable Money): 특정 용도로만 사용 가능한 디지털 화폐로 설정 가능하며, 예를 들어 우리에게 친숙한 '재난지원금'을 유통기한이 있는 화폐로 설계할 수도 있다.

  • 거래 추적 가능성: 블록체인 기술 기반으로 거래 흐름이 투명하게 기록되며, 자금세탁이나 불법거래 방지에 효과적이다.

  • 보편적 접근성: 은행 계좌 없이도 누구나 접근 가능한 구조로 설계 가능하다.

 

 

 CBDC의 그늘

 

 

  그런가 하면, CBDC에는 온통 순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다음으로 우리가 고려해야 할 위험들에 대해 알아보자.

 

 

 프라이버시 침해

 

© wirestock, Freepik
© wirestock, Freepik

 

  CBDC의 거래는 중앙 데이터베이스에 기록되므로, 개인의 거래 내역이 국가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카네기재단(Carnegie Endowment'은 2023년 '프라이버시와 감시 사이의 균형점'이 CBDC 설계에서 가장 민감한 이슈임을 지적했다.

 

  스웨덴의 'e-크로나' 시범사업에서는 한 사용자가 커피숍에서 음료를 구매한 후 같은 상점에서의 구매 패턴을 분석해 개인화된 할인 쿠폰을 제공받는 사례가 있었다. 이는 소비자에게는 편리함을 제공했지만, 일부 시민단체들은 '내가 무엇을 언제, 어디서 구매했는지를 국가가 알 필요가 있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을 제기했다.

 

  뿐만 아니라,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 'e-CNY'는 이미 구매 이력에 따른 '사회신용점수' 연계 가능성으로 논란을 빚고 있다. 특정 상품 구매 이력이 정부 시스템에 기록되어 개인의 신용 평가나 공공 서비스 접근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뱅크런의 위험성

 

© POURIA 🦋, Unsplash
© POURIA 🦋, Unsplash

 

  '디지털뱅크런(Digital Bank Run)'이란 사람들이 은행의 지급 불능 상태를 우려해 인터넷 뱅킹이나 모바일 앱을 통해 빠르게 예금을 대량 인출하려는 사태를 말한다.

 

  기존의 뱅크런이 은행 앞에 줄을 서서 돈을 찾는 방식이었다면, 디지털 뱅크런은 물리적으로 가지 않고도 단시간에 대규모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에 훨씬 더 빠르고 위험한 것이 특징이다.

 

  SNS 등으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돈을 빼게 되면, 은행이 유동성을 감당하지 못해 파산에 이를 수 있다. 이에 대해 IMF는 CBDC 보유 한도 설정, 출금 지연 기능 등의 보완책을 제안하기도 했다.

 

  지난 2023년에 발생한 미국의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는 디지털 뱅크런의 위험성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당시 예금자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며 불과 48시간 만에 420억 달러의 예금을 인출했다. 영국 중앙은행의 앤드류 베일리 총재는 "만약 CBDC가 있었더라면, 이런 대규모 인출이 불과 몇 시간 내에 일어날 수도 있었다"라고 경고했다.

 

  바하마의 '샌드 달러' CBDC 도입 초기에는 허리케인 도리안 재난 상황에서 예금자들이 급격히 디지털 화폐로 자금을 이동시켜 일부 지역 은행들이 일시적 유동성 위기를 겪은 사례도 있었다.

 

 

 디지털 소외와 접근성의 문제

 

© Freepik
© Freepik

 

  'OECD'는 지난 2023년 '65세 이상 인구의 디지털 금융 이용률이 30세 이하의 절반에 불과하다'라고 발표했다. 이는 고령층, 농어촌 거주자 등을 위한 디지털 교육과 인프라 확충이 동반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일본의 디지털 엔화 테스트에서 70세 이상 참가자의 63%가 사용 방법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한 87세 도쿄 거주자는 "종이 지폐는 만지면 안심이 되지만, 디지털 화폐는 내 돈이 정말 안전한지 확신할 수 없다"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또한, 인도의 디지털 루피 테스트에서는 농촌 지역 주민들이 스마트폰 보급률 저조와 불안정한 인터넷 연결로 인해 서비스 접근에 어려움을 겪었다. 마하라슈트라주의 한 마을에서는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중앙 공용 단말기를 설치해 주민들이 번갈아 사용해야 했으며, 이는 오히려 현금 사용보다 더 번거로운 과정으로 인식되었다.

 

 

 사이버 보안 문제

 

© Philipp Katzenberger, Unsplash
© Philipp Katzenberger, Unsplash

 

  CBDC는 국가적 디지털 인프라에 의존하기 때문에 사이버 공격에 취약할 수 있다. 지난 2024년 '미국 사이버안보국(CISA, Cybersecurity and Infrastructure Security Agency)'은 CBDC 도입 국가의 78%가 보안 예산을 기존 대비 평균 30% 이상 확대했다고 밝혔다.

 

  에스토니아는 2024년 초 CBDC 테스트 시스템이 해킹 공격을 받아 약 12시간 동안 서비스가 중단된 사례가 있었다. 다행히 테스트 환경이었기에 실제 금융 피해는 없었지만, 이는 CBDC의 보안 취약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건이었다.

 

  또한 2023년 브라질 중앙은행의 디지털 헤알 시스템 개발 과정에서 발견된 취약점은 잠재적으로 공격자가 특정 사용자의 거래 기록을 열람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를 발견한 보안 연구원은 "국가 화폐 시스템의 디지털화는 사이버 보안의 새로운 프론티어를 열었다"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중에는 우크라이나의 디지털 화폐 시스템이 러시아의 사이버 공격 표적이 되었다는 보고도 있었다. 이는 CBDC가 단순한 금융 인프라를 넘어 국가 안보와 직결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싱가포르의 경우 CBDC 보안을 위해 '제로 트러스트(Zero Trust)' 아키텍처를 도입하여, 시스템 내 모든 접근과 거래에 대해 지속적인 인증과 검증을 요구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이는 해커가 시스템에 침입하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였지만, 이로 인해 시스템 복잡성과 운영 비용이 크게 증가하게 되었다.

 

 

 세계는 지금

 

 

 중국

 

 

  중국 인민은행은 이미 2020년부터 e-CNY를 시범 도입하여 2025년 현재 전국적으로 확산시켰다. 사용자는 이미 3억 명을 돌파했다. 소액 거래에는 익명성, 대규모 거래에는 추적 가능성을 부여하는 ‘제어 가능한 익명성’ 모델을 채택했다.

 

 

 유럽연합

 

 

  '유럽중앙은행(ECB)'은 2023년부터 디지털 유로의 파일럿 프로젝트를 시작했으며, 국경 간 결제 효율성과 데이터 프라이버시 보호를 병행 목표로 삼고 있다. 시범 결과, 국경 간 결제 비용은 평균 7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ECB, 2024).

 

 

 스웨덴

 

 

  현금 없는 사회로 잘 알려진 스웨덴은 2021년부터 e-크로나를 시험 운영 중이다. 2024년 소비자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CBDC를 활용한 소매 결제는 기존 대비 43% 저렴한 수수료로 운영되고 있다.

 

 

 미국

 

 

  연준은 '프로젝트 해밀턴 (Project Hamilton)'을 통해 기술 검증에 집중하며, 민간 금융기관과의 협업 방안을 중심으로 파일럿 테스트를 수행 중이다.

 

  프로젝트 해밀턴은 CBDC를 위한 연구 프로젝트로 'MIT 디지털 통화 이니셔티브 (MIT Digital Currency Initiative, DCI)'가 협력하여 2020년부터 진행 중에 있으며 정책적으로는 프라이버시 보호와 통화정책의 유연성 사이에서 균형을 모색하고 있다.

 

 

 우리나라

 

 

  한국은행은 2021년 이후 여러 차례 시범 사업을 거치며, 최근에는 부산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를 중심으로 디지털 원화를 실증하기도 했다. 2024년 '한국개발연구원 (Korea Development Institute, KDI)' 자료에 의하면 '국민의 87%가 기존 결제보다 편리하다'라고 응답했고, 특히 이 중에서는 20~30대의 만족도가 높았다.

 

  '프로젝트 한강'은 한국은행이 주도하고, 주요 시중은행들이 참여하는 대규모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디지털 원화의 실사용 가능성과 정책금 지급 효율성 등을 전방위적으로 검증하고자 한다. 참여자는 은행 앱을 통해 신청하며, 편의점·프랜차이즈·배달 앱 등 다양한 상점에서 QR코드 기반으로 디지털 화폐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실험은 2025년 6월까지 진행된다.

 

  ‘예금 토큰’이라는 개념을 기반으로 한 이 디지털 화폐는 1인당 최대 100만 원 한도로 발급되며, 실험 종료 후에도 회수된다. 이 실험은 단순한 결제 수단 테스트를 넘어, 재난지원금 등 정책금의 투명하고 신속한 지급 가능성, 그리고 불법 자금 흐름 통제 기능까지도 함께 검토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기술이 자칫 국가의 과도한 금융 감시 체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로 국회에는 관련 반대 청원이 접수되었고, 사회적 논의가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마치며,

 

 

  CBDC는 통화 주권, 사회적 신뢰, 개인의 자유, 그리고 경제정책의 유연성에 대한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기술은 언제나 중립적이지만, 그것이 설계되는 방식과 운용되는 구조는 중립적이지 않다.

 

  편리함과 효율성을 제공하되 그 이면에는 분명 프라이버시, 금융 안정성, 디지털 격차, 사이버 보안 등 다양한 위험 요소가 도사리고 있다. 따라서 CBDC 도입을 고려하는 각국은 이러한 위험을 면밀히 분석하고 적절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곧 다가올 미래에 그 미래가 누구를 위해, 어떻게 설계될 것인가 고민해보아야 할 시점이다. 우리는 이제 '화폐'라는 단어를 새롭게 정의해야 할 시점에 서 있으며 준비된 지갑만이 아니라, 준비된 사회가 이 격변하는 파도를 제대로 탈 수 있다.

 

  CBDC는 선택이 아니라, 곧 도래할 불가피한 현실이다. 이제 당신에게 묻는다. 이 새로운 돈의 시대, 당신은 준비되어 있는가?

 

 

728x90
그리드형

home
} home top bott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