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임과 권력의 무게에 대하여
대통령은 5년 동안만 일한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익숙한 이 문장. 실제로는 꽤나 무겁고 복잡한 의미를 지닌다.
4일 오전 6시 21분을 기점으로 제21대 대한민국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의 공식 임기가 시작됐다. 이 대통령은 전국 득표율 49.42%(약 1728만 표)를 기록해 당선이 확정되었다. 이번 대선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인해 치러진 헌정 사상 두 번째 보궐선거에 해당한다.
그리하여, 오늘은 ‘대한민국 대통령 임기 5년 단임제’에 대해 살펴보려 한다. 이 제도가 왜 생겨났는지, 어떤 장단점을 지니는지, 그리고 진짜 개헌은 필요한지까지 지금부터 함께 알아보자.
5년 단임제, 그 뿌리 깊은 이유

대한민국 헌법 제70조는 대통령의 임기를 "5년으로 하며, 중임할 수 없다"라고 명시한다. 이 말은 대통령이 연임은커녕 재도전조차 못 한다는 뜻이다. 심지어는 재선이 허용되는 미국과 달리, 우리는 ‘한 번’을 원칙으로 한다. 그 배경에는 군사정권 시절 반복되었던 ‘장기 집권의 망령’이 있다.
대표적인 예는 1972년 박정희 정권의 유신헌법 개헌, 그리고 1969년 이승만 정권의 3선 개헌이었다. 이러한 사례들은 대통령이 스스로 권력을 연장하려는 유혹에 빠질 수 있음을 증명했고, 이에 따라 1987년 민주화 이후 탄생한 현행 헌법은 이 유혹을 원천 차단해 버린 셈이다.
한편, 헌법 제128조 제2항은 “대통령의 임기연장 또는 중임변경을 위한 헌법개정은 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하여는 효력이 없다”라고 명시해, 자신을 위한 개헌은 원천적으로 막아 놓았다. 쉽게 말해, 개헌해도 ‘지금 대통령’은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재출마

헌법이 아무리 단호하다 해도, 법리에는 틈이 존재한다. 바로 여기서 ‘전직 대통령 재출마’라는 흥미로운 가능성이 등장한다. 헌법 제70조는 현직 대통령의 중임을 금지하고 있지만, 임기를 마치고 한 발 물러선 전직 대통령에게는 재도전의 길이 닫혀 있지 않다.
이론상, 대통령직에서 하야한 후 ‘개헌된 헌법’을 발판 삼아 재출마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해석이 존재한다. 물론 정치적으로는 커다란 논란을 일으킬 수 있겠지만, 법리적으로 완전히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다. ‘정치적 레버리지’와 ‘헌법적 절차’가 교묘히 교차하는 지점이다.
이와 관련한 헌법학계의 주된 시각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임기 연장 금지의 정신은 인적 제한에 있다”는 것이 다수 견해로, 이를 무시한 재출마 시도는 헌법정신을 위배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임기 중 사고'는 리셋의 기회가 될 수 있는가?

대한민국 대통령의 임기는 일반적으로 5년으로 고정되어 있지만, 임기 중 탄핵, 사망 또는 자진 사퇴가 발생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 궐위 시 60일 이내에 새로운 선거가 실시되며, 이로 인해 선출된 대통령은 이전 대통령의 잔여 임기가 아닌, 새로운 5년의 임기를 부여받는다.
이 구조는 미국의 경우와는 다르다. 미국에서는 대통령이 궐위 할 경우 부통령이 승계하고, 경우에 따라 전임자의 잔여 임기를 수행한다. 반면 한국에서는 ‘선거를 다시 하고 임기도 새로 시작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예외적 재출마와 유사한 정치적 재진입 루트로 해석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전임 대통령이 임기 3년 차에 사퇴해 새 선거가 치러졌다면, 그 선거에서 당선된 후임자는 2년만 수행하는 게 아니라, 아예 5년을 다시 시작하는 셈이다. 의외로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는 제도적 구석이다.
5년, 실제로는 며칠인가?
5년이면 1,825일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윤년이 몇 번 끼느냐에 따라 미세한 차이가 생긴다.
- 윤년 한 번 → 1,826일
- 윤년 두 번 → 1,827일
사소해 보이지만, 국가 운영과 외교 프로토콜 등 일정 조율에 민감한 대통령제에서 하루 이틀의 차이는 결코 가볍지 않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대통령 기록관'의 2024년 기준에 따르면,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 가운데 ‘정상적으로 5년 임기를 모두 수행한 인물’은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문재인 등 단 6명뿐이다.
나머지는 중간에 하야하거나 탄핵당하거나, 심지어는 암살로 인해 임기를 마치지 못했다.
역사 속 대통령들의 임기 기록
임기를 다 마친 대통령이 있는가 하면, 기록적인 재임 기간으로 역사에 이름을 남긴 이들도 있다.
- 박정희: 5,793일 (약 15년 10개월)
- 이승만: 4,295일 (약 11년 9개월)
- 전두환: 2,738일 (약 7년 5개월)
- 박근혜: 1,475일 (약 4년, 파면)
- 윤보선: 587일 (1년 7개월)
- 최규하: 255일 (약 8개월)
가장 짧은 재임 기간을 기록한 최규하 전 대통령은 과도기적 성격의 임시 정부 성격이 강했다. 반면 박정희 전 대통령은 쿠데타와 헌법 개정, 유신체제 등을 거치며 역대 최장 집권 기록을 세웠다.
이렇듯 대한민국 헌정사는 단임제 원칙 아래에서도 다양한 정치적 변곡점과 파열음을 경험해 왔다.
임기 5년의 장•단점
5년 단임제는 “단호하고 깔끔하다”는 인상을 준다. 권력 누수 없이 한번 달리고 끝내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단호함이 늘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실제로 대한민국 현대사 속 대통령들을 살펴보면, 5년이라는 시간이 어떤 이에게는 짧고, 또 어떤 이에게는 길게 작용해 왔다.
장점
- 권련 순환 보장
- 장기집권의 방지
- 개혁적 결단 유도
- 책임정치 가능
5년 단임제의 가장 큰 미덕은 권력이 한 곳에 고이지 않고 순환된다는 점이다. 과거 이승만, 박정희 정권의 장기집권은 언론 통제, 야당 탄압, 국민 저항 등으로 이어졌으며 결국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길로 치달았다.
단임제는 이러한 위험을 사전에 차단해 ‘권력의 유통기한’을 분명히 설정해 둔다. 또한 대통령은 재선을 위한 눈치 보기에서 벗어나, 단기적인 인기를 희생하더라도 장기적인 국가 발전을 위한 정책에 집중할 수 있다.
김대중 정부의 구조조정, 노무현 정부의 행정수도 추진 등이 그 예시다. 단임제는 일종의 ‘배수진 정치’를 유도함으로써, 대통령이 역사적 책임을 중시하고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위해 더 큰 결단을 내릴 수 있게 만든다.
단점
- 임기말 레임덕
- 정책 불연속
- 검증 실패 위험
- 제도적 고립성
단임제는 구조적으로 임기 후반 권력 누수를 피할 수 없다. 대통령은 후계자를 지명할 수도,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할 수도 없기 때문에 여당 내에서도 ‘줄 끊기’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말기의 개혁 동력 상실은 대표적인 예다. 또한 5년마다 정책 방향이 급격히 전환되다 보니 에너지, 교육, 부동산 등 장기적 접근이 필요한 분야에서 연속성과 신뢰성이 무너진다.
새로운 정부가 전 정권의 정책을 무조건 폐기하거나 뒤엎는 일도 흔하다. 여기에 더해, 단 한 번의 선거로 대통령이 결정되기 때문에 검증이 부족한 인물도 국민적 열기나 이미지 정치, 전임 정부에 대한 민심 이반(이탈) 등으로 당선될 수 있다.
한 번 선출된 대통령은 다시 평가하거나 교체할 수 없어, 잘못된 선택이 곧바로 ‘5년짜리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도 매우 크다.
마치며,
대통령이 5년만 하고 떠난다는 원칙은 단순히 임기를 줄이자는 의미가 아니다. 그 뒤에 깔린 의도는 권력은 유한해야 하며, 국민은 무한히 감시해야 한다는 민주주의의 기본 정신이다.
그렇기에 단임제는 ‘한 번만 하고 물러나세요’라는 경고인 동시에, ‘그 한 번을 잘하세요’라는 당부이기도 하다. 어떤 권력도 영원하지 않다는 자명한 이치를, 우리는 대통령의 임기를 통해 날마다 목격하고 있는 셈이다.
참고 문헌 및 출처
- 대한민국 헌법 (제70조, 제128조)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대통령 기록관 (2024)
- 김유성. 「헌법학원론」. 법문사, 2022.
- KDI 정책포럼 「대통령제 개헌 논의와 국제 비교」, 2021.
- 대한민국 통계청 인구동향 및 윤년 자료,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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