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함으로 무장한 열대어, 베타
어항 속을 유영하는 우아한 실루엣과 강렬한 색채를 지닌 물고기를 보면 한동안 시선을 뗄 수 없다. 특히 '베타(Betta splendens)'는 그 선명한 색상과 아름다운 지느러미로 단번에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이 작은 물고기의 매력은 외형적인 아름다움에만 있지 않다. 베타는 강인한 생명력과 독특한 생태적 습성, 그리고 다채로운 종류로 인해 열대어 애호가들 사이에서 오랜 시간 사랑받아 왔다.
오늘은 베타 열대어의 특징과 생태적 습성, 그리고 대표적인 품종을 깊이 있게 살펴보려 한다.
베타의 기원과 역사
베타의 어원
‘베타(Betta)’라는 명칭은 라틴어에서 비롯된 듯 보이지만, 실상은 고대 스리랑카어에서 유래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투사(鬪士)’를 의미하는 단어에서 파생되었으며, 베타의 본능적인 싸움 습성에서 착안된 것이다.
수컷 베타는 자신의 영역을 수호하려는 강한 본능을 지니며, 같은 종의 수컷이 영역을 침범하면 마치 검투사처럼 격렬한 싸움을 벌이는데 다른 한 마리가 운을 달리할 때까지 싸워서 붙여졌다. 이러한 특징 덕분에 서구권에서는 ‘Siamese Fighting Fish’(시암 전사어)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베타 속(Betta Genus)'이라는 학명은 19세기 스웨덴의 동물학자 '칼 린네(Carl Linnaeus)'의 분류 체계에서 비롯되었으나, 본격적으로 학계의 주목을 받은 것은 19세기 후반 태국(당시 시암)에서 이 종이 발견되면서부터였다.
진짜 투사로 나서기도,
그런가 하면, 태국에서는 오래전부터 베타를 싸움용으로 길러왔다. 19세기 초, 태국 왕실에서는 베타의 싸움을 일종의 스포츠로 발전시켜 내기를 거는 문화가 형성되기도 했다.
두 마리의 수컷 베타가 한정된 공간에서 맞붙어 지느러미를 세우고 격렬하게 대치하는 모습은 마치 무사들의 결투를 연상케 했다. 이 전통은 오랜 기간 유지되었고, 베타의 투쟁 본능을 더욱 극대화하는 선택적 번식이 이루어지면서 현대의 호전적인 품종들이 탄생하게 되었다.
안타까운 점은 현재에 이르러서도 태국의 거의 모든 마을에는 물고기 싸움장이 있으며, 인간의 욕심으로 인해 수많은 베타들이 도박으로 소비되고 있다는 것.
관상어로서의 가치가 조명되다
베타가 서구로 전파된 시점은 19세기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유럽과 미국의 자연학자들이 동남아시아에서 베타를 발견하고 이를 자국으로 들여오면서, 서구권에서는 단순한 투사로서가 아닌 관상어로서의 가치가 조명되기 시작했다.
1892년, 프랑스의 한 연구자가 베타를 유럽에 최초로 도입하였고, 20세기 초반부터는 미국에서도 큰 관심을 받았다.
서구의 수족관 애호가들은 베타의 색상과 지느러미 형태에 매료되었으며, 이를 더욱 극대화하기 위한 품종 개량에 몰두했다.
그 결과, 오늘날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하프문(Halfmoon)’, ‘크라운테일(Crowntail)’, ‘더블테일(Doubletail)’ 등 다양한 변종이 탄생했다. 이들은 천연 베타보다 지느러미가 더욱 크고 화려하며, 색상 또한 자연에서는 볼 수 없는 형태로 변형되었다.
베타는 어떤 물고기일까?
베타는 태국, 캄보디아, 라오스,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의 얕은 논, 늪, 개울 등에서 서식하는 민물고기로 수명은 평균 2~3년 정도다. 이들의 서식처는 대부분 물이 탁하고 산소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베타는 이러한 환경에서도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인간의 폐처럼 ‘라비린스 기관(Labyrinth organ)’을 발달시켜, 아가미뿐만 아니라 공기 중의 산소를 직접 흡수할 수 있다. 이는 베타가 좁은 수조에서도 비교적 잘 적응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베타 물고기의 암수 구별법: 9 단계 (이미지 포함) - wikiHow
베타 물고기는 투어라고 널리 알려져 있기도 하다. 흔히 개별적으로 용기에 담겨 판매되기에 모든 베타 물고기의 일반적인 외형과 성격이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도 있다. 당신이 애완동물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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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컷 베타는 한눈에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무척이나 수수한 것이 특징이다. 반면, 수컷 베타는 유난히 크고 긴 지느러미와 화려한 색상을 자랑하는데, 이는 단순한 미적 요소가 아니라 생존과 번식을 위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경쟁자가 나타나면 지느러미를 부풀리고 색을 더욱 선명하게 변화시키며 위협적인 자세를 취한다.
또한, 자신의 영역을 강하게 방어하는 습성이 있어, 같은 수컷끼리는 한 수조에서 기를 경우 격렬한 싸움을 벌이는 경우가 많다.
베타의 독특한 특징들
베타의 번식 전략
베타는 '난생(Oviparous)' 어종으로, 살아있는 새끼를 출산하는 '난태생(viviparous)' 어종과는 차이가 있다. 난태생 어종에는 우리에게 친숙한 구피(Guppy), 몰리(Molly) 등이 있으며, 이들은 알이 어미 몸속에서 부화한 뒤 새끼 물고기가 태어나는 반면, 베타는 ‘거품집(Bubble Nest)’ 속에서 부화시키는 전략을 택한다.
베타의 가장 독특한 행동 중 하나는 거품집을 만들어 번식하는 방식이다. 번식기가 되면 수컷 베타는 수면 위에 공기를 포함한 작은 거품을 만들어 집을 짓는다.
이때 암컷이 알을 산란하면, 수컷이 이를 거품 속으로 옮겨 보호하며 부화할 때까지 지킨다. 이는 천적으로부터 알을 보호하고 최적의 환경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적인 행동이다. 치어는 하루 또는 이틀 안에 부화하며, 2주 간 둥지 근처에 머물며 수컷 베타의 보호를 받으며 자란다.
과학적으로도 베타의 번식 습성은 주목받고 있다. 한 연구에서는 베타 수컷이 거품집을 만들 때 외부 환경 요인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수온이 너무 낮거나 또는, 물의 흐름이 강할 경우 거품집 형성이 어려워지고 번식 성공률이 감소하며 수컷 베타는 거품집을 만들 때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Cortisol)'의 분비가 낮아진다. — Variation in nest building, aggression, learning, and steroid hormone levels in Betta splendens, T Agues-Barbosa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베타의 번식 성공률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고 보고되었다. 따라서 베타를 기를 때는 안정적인 수온(약 26~28℃)과 적절한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베타, 정열적인 춤사위의 대가
수컷 베타의 춤사위는 마치 화려한 드레스로 무장하고 정열적으로 플라멩코를 추는 무용수가 떠오른다. 이들은 상대를 위협하거나 자신의 우위를 과시하기 위해 ‘플레어링(Flaring)’이라는 행동을 보인다.
플레어링은 지느러미와 아가미덮개를 최대한으로 펼쳐 상대에게 자신을 과시하는 행동으로, 주로 거울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보거나, 암컷과의 짝짓기 과정, 그리고 다른 베타와 마주했을 때 위협을 표시할 때 나타난다.
암컷 베타 또한 플레어링을 할 수 있지만, 주로 수컷이 더 빈번하게 이러한 행동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암컷은 주로 수컷의 플레어링에 반응해 자신의 수용성을 표시하는 경우가 많다.
이 행위는 단순한 위협이 아닌, 근육을 발달시키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너무 자주 플레어링을 유도하면 피로와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적절한 빈도로 자극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베타의 식성
🚩수서곤충(水生昆蟲)
수서곤충은 담수에서 서식하는 곤충(물벼룩, 잠자리, 매미, 물파리 등)을 의미한다. 주로 수생 환경에서 다양한 생태적 역할을 수행하며, 수중 생태계의 중요한 구성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베타는 식성에서도 독특한 특징을 보인다. 야생에서는 수서 곤충이나 작은 무척추동물을 주로 섭취하며, 공격적이고 민첩한 사냥 기술을 가지고 있다. 수족관에서 기를 때에도 단순한 건식 사료보다는 생먹이나 동결 건조된 곤충류를 급여하면 더욱 건강한 색상과 활력을 유지할 수 있다.
베타에게 적합한 사육환경
열대어 또한, 한 생명을 책임지는 일인 만큼 많은 준비와 유지관리가 필요하다. 아주 기본적인 단계인 사료와 사이펀, 물맞댐, 바닥재 등은 기재하지 않았다.
수온
베타는 열대기후에 사는 어종으로 온도에 무척 민감한 생물이다. 수온 조절을 위해 수조에 열대어용 히터를 설치해 주는 것이 좋다. 베타의 적정 수온은 25~28°C가 이상적이다.
pH 수치
좋은 pH 밸런스를 유지하면 암모니아(0ppm)와 아질산염(0ppm), 질산염(20ppm 이하) 등의 수치를 제한하는 데 도움이 된다. 베타에게 가장 이상적인 pH 수치는 6.9~8.9 사이의 약산성에서 중성 범위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수돗물은 알칼리성으로 하루 정도 물을 받아놨다 사용하면 염소 성분이 다량 제거된다. 하지만 보다 정확한 수치를 위해 pH 측정기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
아몬드 잎
'아몬드 잎(Indian Almond leaves)'은 베타의 서식지 환경을 모방하며 스트레스를 줄이고, 물에 '탄닌(Tannin)' 성분을 방출해 편안한 환경을 조성해 준다. 이렇게 검게 우러난 것을 '블랙워터(Black water)'라고 부르는데 수조의 pH를 낮추고 물을 약산성으로 만들어주며, 박테리아 성장을 억제해 주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또한, 베타는 수면에 이파리가 있을 경우 침대 삼아 누워서 쉬거나 잠을 청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아래에 거품집을 짓거나 나뭇잎이 가라앉으면 은신처로 삼는 등 수질 외적 활용도가 높은 편이다.
수질 관리
여과기는 저속 여과기를 사용하는 것이 적합하다. 베타는 강한 물살을 싫어하며, 이로 인해 지느러미가 상할 수 있다. 또한, 매주 약 25~30%의 물을 교체하고, 암모니아와 질산염 수치도 주기적으로 체크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베타는 야생의 고인 물에 주로 서식하며, 대부분의 물고기가 그러하듯 수질이 안 좋아질 경우 다른 곳으로 점프해서 옮겨가는 습성이 있다. 그 밖에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수질관리는 각별히 신경 써야 하며, 점프사를 방지하기 위해 어항에 뚜껑기능이 있는 편이 좋다.
수조 크기
야생에서 베타는 제곱미터당 1.7마리 정도가 발견된다고 한다. 고로, 아무리 적어도 20리터 이상의 수조에서 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작은 수조는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수질 악화가 빠르게 일어나며, 넓은 공간일수록 베타는 자신만의 영역을 형성할 수 있어 안정감을 느낀다.
수조 장식
베타에게는 숨을 장소가 필요하다. 돌이나 유목, 은신처를 넣어 베타가 숨을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 주면 좋다. 최대한 실제 자연환경을 닮은 살아있는 수초가 좋겠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인공수초를 고려할 수 있다. 인공수초의 경우 지느러미가 상할 수 있으므로, 베타가 상처 입지 않게끔 충분히 고려하여 선택해야 한다.
타 어종과의 합사
베타는 '투어(鬪魚)'라 불릴 정도로 호전적인 성향을 가졌기 때문에 다른 생물과 함께 기를 때 주의가 필요하며 자신의 영역에 들어오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수컷의 경우 다른 수컷과의 싸움이 잦으므로 같은 수조에 여러 수컷을 두지 않는 것이 좋다. 암컷과 함께 기를 경우 적절한 공간을 확보해 주어야 한다.
조명
자연광도 좋다. 베타에게는 하루 약 10~12시간 정도의 조명이 적합하다. 다만, 조명이 너무 밝으면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으므로, 강한 직사광선은 피해야 한다.
산소 공급
라비린스를 통해 공기 중의 산소를 흡수할 수 있으나, 이는 보조 호흡기관에 불과하기 때문에 수조에 공기 펌프를 추가해 산소 공급을 원활하게 해주는 것이 좋다.
테일의 생김새에 따른 분류
베타는 품종 개량을 통해 다양한 색상과 지느러미 형태를 가진 개체들이 등장했다. 테일(지느러미)의 생김새에 따른 대표적인 종류는 다음과 같다.
더블 테일 베타(Doubletail Betta)
꼬리가 두 갈래로 갈라지는 형상의 더블 테일은 등지느러미가 다른 베타들과 비교했을 때 마치 다른 종으로 보일만큼 긴 것이 특징이다.
플라캇 베타(Plakat Betta)
짧은 지느러미를 가진 원형에 가까운 베타로, 활동적이고 강한 전투성을 띠고 있다. 야생 베타의 원형에 가까운 모습이며, 수컷의 몸체가 단단하고 근육질이다. 특이 컬러패턴인 마블의 한 종류 코이(비단잉어와 닮은 무늬) 종 중 알록달록한 캔디 코이 플라캇들이 여전히 인기가 많다.
하프문 베타(Halfmoon Betta)
지느러미가 180도 펼쳐지는 것이 특징으로, 마치 반달(Moon)과 같은 형태를 띤다. 유려한 지느러미와 화려한 색상이 특징이며, 애호가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각도에 따라 조금 더 적은 각도의 델타, 슈퍼 델타 등이 있으며, 하프문보다 꼬리가 넓은 오버 하프문도 있다.
크라운테일 베타(Crowntail Betta)
지느러미 끝이 마치 왕관(Crown)처럼 갈라져 있는 독특한 품종이다. 극적인 외형 덕분에 많은 애호가들에게 매력을 어필한다.
로즈테일 베타(Rosetail Betta)
하프문 베타보다도 지느러미가 더 풍성하게 퍼져 있어, 마치 '장미꽃잎(Rose petal)'을 연상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빅이어 베타(Big ear Betta)
귀처럼 보일 정도로 가슴지느러미가 굉장히 크게 발달된 개체다. 대체로 빅이어 하프문, 빅이어 플라캇 등이 이에 속한다.
컬러 패턴에 의한 분류
다음은 대표적인 베타의 색상 및 패턴을 요약한 표다.
컬러/패턴 | 설 명 |
솔리드 | 단색 컬러, 얼굴과 바디가 동일색이어야 함 |
캄보디안 | 몸과 테일 색이 다른 바이컬러 |
마 블 | 대리석처럼 얼룩 패턴 |
코 이 | 점박이 패턴이 있는 마블 |
캔디코이 | 빨강, 노랑, 주황 3색이 있는 코이 |
터콰이즈 | 청록색, 조명에 따라 파랑, 녹색, 청록색 등으로 변함 |
사무라이 | 블랙 바탕에 은색 펄 |
갤럭시 | 여러 색이 별처럼 흩어져 뿌려진 패턴 |
타이랜드 | 태국 국기의 청-홍-백 3가지 컬러 패턴 |
마치며,
베타는 강인한 생명력과 독특한 행동 양식을 가진 흥미로운 생물이다. 좁은 수조에서도 강한 적응력을 보이며, 화려한 색상과 우아한 지느러미를 뽐내며 일상에 지친 우리들의 마음에 위안을 준다.
그러나 베타를 기를 때는 그들의 호전적인 성향과 생태적 습성을 이해하고, 적절한 환경과 사료를 제공해야 한다. 베타 또한 하나의 소중한 생명이며, 한 생명을 돌보기 위해서는 우리에게도 그만한 책임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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