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게이즈: 귀를 감싸는 몽환적인 음악
여러분, 혹시 음악을 들으며 마치 구름 위를 떠다니는 듯한 기분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 그런 경험이 없다면, 오늘 소개할 음악 장르인 슈게이즈(Shoegaze)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슈게이즈는 단순한 음악 장르를 넘어서, 마치 꿈속을 떠도는 듯한 몽환적인 분위기를 선사한다. 그럼 이제 신비로운 슈게이즈의 세계로 함께 떠나보자.
슈게이즈의 유래
슈게이즈는 1980년대 후반 영국에서 발생한 인디 록 음악의 한 하위 장르로, 주로 기타의 왜곡된 사운드와 몽환적인 멜로디가 특징이다. 이 장르는 초기의 얼터너티브 록과 포스트 록의 영향을 받았으며, 특히 1983년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결성된, '마이 블러디 밸런타인(My Bloody Valentine)'이 이 장르의 선두주자로 알려져 있다.
Shoe-gazing,
자신의 신발을 응시하듯
이 이름은 공연 중 밴드 멤버들이 자신의 신발을 바라보며 연주하는 모습에서 유래되었다. 관객들이 무대에서의 시각적 요소보다는 음악에 집중하게 만들고자 했던 것이 슈게이즈라는 명칭을 탄생시켰다.
슈게이즈의 음악적 특징
슈게이즈는 몇 가지 뚜렷한 특징으로 구분된다.
- 기타의 왜곡 사운드: 다양한 페달과 이펙터를 사용해 풍부하고 층이 있는 사운드를 만들어낸다. 이로 인해 마치 꿈 속에 있는 듯한 느낌을 안겨준다.
- 몽환적인 보컬: 보컬은 종종 멀리서 들리는 듯한 효과를 주어, 음악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더욱 신비롭게 만든다. 가사는 직접적인 의미보다 감각적인 느낌을 강조한다.
- 느린 템포: 대부분의 슈게이징 곡들은 느린 템포를 유지하며, 감정이 고조되는 순간에도 잔잔한 흐름을 유지한다.
- 레이어링 기법: 여러 악기가 겹겹이 쌓여서 풍부한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기법을 활용하여 음악을 더욱 입체적이고 다채롭게 만든다.
슈게이즈의 대표적인 밴드와 명반들
슈게이즈를 제대로 즐기려면 반드시 들어야 할 대표적인 앨범들이 있다.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 (My Bloody Valentine) - Loveless (1991)
loveless
my bloody valentine · Album · 1991 · 11 so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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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게이즈를 대표하는 명반으로, 혁신적인 기타 사운드와 몽환적인 분위기가 특징이다. 대표곡으로는 'Only Shallow'와 'Soon이 있다.
슬로우다이브 (Slowdive) - Souvlaki (1993)
Souvlaki
Slowdive · Album · 1993 · 10 so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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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하면서도 감성적인 사운드가 특징이며, 'Alison'과 'When the Sun Hits' 같은 곡이 많은 사랑을 받는다.
라이드 (Ride) - Nowhere (1990)
Nowhere (Expanded)
Ride · Album · 1990 · 15 so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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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기타 사운드와 감성적인 멜로디가 어우러진 앨범으로, 대표곡 'Vapour Trail'이 유명하다.
러쉬 (Lush) - Spooky (1992)
Spooky
Lush · Album · 1992 · 12 so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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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팝적인 요소가 가미된 슈게이징 사운드를 원한다면 추천할 만한 밴드다. 부드러운 보컬과 두터운 기타 사운드가 조화를 이룬다.
대표적인 국내 슈게이즈 다섯 곡
깊이 있는 리버브와 헤이즈(Haze) 속에 녹아드는 보컬, 중첩되는 노이즈의 파편, 그리고 감정을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사운드스케이프(Soundscape)는 듣는 이를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로 안내한다.
한국에서도 이 장르를 탐구하며 독창적인 해석을 덧입힌 아티스트들이 있다. 혁오, 아폴로 18, 검정치마, 파란노을, 속옷밴드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몽환적인 층위를 구축하며, 슈게이즈의 본질을 자신만의 색채로 재해석한다.
혁오 (HYUKOH) - 'New born'
New born
HYUKOH · through love · Song ·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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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오의 'New born'은 슈게이즈 특유의 공간감과 혁오 특유의 미니멀하면서도 감성적인 접근법이 절묘하게 조화된 작품이다. 서정적인 기타 아르페지오가 잔잔히 공간을 채우며, 보컬이 마치 한 발짝 떨어진 곳에서 속삭이듯 펼쳐진다.
곡이 점차 진행될수록 잔향이 겹겹이 쌓이며, 깊이감 있는 사운드 레이어를 형성한다. 이 곡은 나른함을 넘어, 떠오르는 태양과 함께 시작되는 새벽의 공기처럼 신선하면서도 알 수 없는 서늘함을 지닌다.
📌감상평: 섬세한 여백과 잔향이 만들어내는 몽환적 긴장감. 새롭게 태어난다는 의미를 함축한 사운드 디자인이 돋보이며, 일출과 함께 떠오르는 감각을 형상화한 듯하다. |
아폴로 18 (Apollo 18) - 'Warm'
Warm
Apollo 18 · The Red Album · Song ·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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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폴로 18은 국내 슈게이즈와 노이즈 록의 본질을 가장 직접적으로 탐구한 밴드다. 'Warm'은 그중에서도 가장 서정적인 온도를 가진 곡으로, 슈게이징 특유의 흐릿한 보컬과 디스토션이 가득한 기타 사운드가 따뜻함과 쓸쓸함의 경계를 오간다.
이 곡은 마치 한겨울 창문 너머로 스며드는 오후의 햇살처럼, 따뜻하면서도 그 이면에 서늘한 공허를 품고 있다. 몽환적인 기타 톤과 일정한 박자가 반복되며 청각적 몰입을 유도하고, 보컬은 악기의 일부처럼 배경 속에 녹아들어 마치 공기 중에 떠다니는 듯하다.
📌감상평: 포근한 사운드 속에서도 왠지 모를 고독함이 배어 있다.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는 겨울 오후, 사라지는 햇살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곡 |
검정치마 (The Black Skirts) - 'Everything'
EVERYTHING
The Black Skirts · TEAM BABY · Song ·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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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치마는 인디 록과 슈게이즈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뮤지션이다. 'Everything'은 흐릿한 보컬과 리버브가 가득한 기타 톤을 통해, 마치 오래된 기억 속으로 빠져드는 듯한 감각을 선사한다.
이 곡은 단순한 이별 노래가 아니다. 제목이 암시하듯, '모든 것'이 기억 속에 남아있는 듯한 정서를 담고 있다. 보컬은 의도적으로 멀리서 들려오는 느낌을 주며, 기타와 신디사이저가 함께 겹쳐지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극대화한다.
📌감상평: 추억 속을 거니는 듯한 감각. 지나간 순간들이 리버브 속에서 퍼져 나가고, 마치 오래된 필름 사진처럼 아련하고 희미한 정서를 남긴다 |
파란노을 (Parannoul) - '아름다운 세상'
Beautiful World
Parannoul · To See the Next Part of the Dream · Song ·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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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노을은 슈게이즈와 로파이(Lo-fi)의 결합을 통해 국내 씬에서 가장 실험적인 사운드를 구축한 뮤지션이다. '아름다운 세상'은 단순히 부드럽고 서정적인 몽환성을 지닌 것이 아니라, 거칠고 원초적인 감정을 직설적으로 표현한다.
초반부터 거친 디스토션과 두터운 기타 노이즈가 벽에 밀어붙이듯 전개된다. 보컬은 희미하고 멀리서 속삭이는 듯한 톤을 유지하지만, 그 안에는 절망과 희망이 교차하는 감정의 흐름이 존재한다.
📌감상평: 아름답지만 동시에 폭발적인 감정을 담고 있다. 세상의 복잡한 감정을 한데 녹여내며, 희망과 절망이 한꺼번에 휘몰아치는 경험을 선사한다 |
속옷밴드 (Underwears Band) - '멕시코행 고속열차'
Mexico Express
Underwears Band · Ghost Market · Song ·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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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옷밴드는 슈게이즈와 싸이키델릭 록의 요소를 결합하여, 독창적인 사운드를 만들어낸 밴드다. '멕시코행 고속열차'는 제목에서부터 공간적 확장을 암시하며, 실제로 음악이 진행됨에 따라 이국적인 풍경이 펼쳐지는 듯한 사운드 디자인을 선보인다.
곡의 구조는 반복적인 리듬 위에 점층적으로 쌓이는 기타 사운드와 잔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는 마치 빠르게 달리는 기차의 속도감을 청각적으로 형상화한다.
곡이 절정으로 향할수록 사운드는 점점 거칠어지고, 마침내 거대한 몽환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클라이맥스를 맞이한다.
📌감상평: 공간과 시간을 초월하는 듯한 사운드. 끝없는 여정을 떠나는 감각을 선사하며, 마치 기차 안에서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는 듯한 몽환적인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
슈게이즈의 현대적 재해석
슈게이즈는 1990년대 초반 인기를 끌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그 인기가 줄어들었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부터 다시 주목받기 시작하며, 새로운 세대의 아티스트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현대의 슈게이즈는 드림팝, 포스트 록과 결합하여 더욱 다채로운 사운드를 만들어내고 있으며, 비치 하우스(Beach House), 올웨이즈(Alvvays), 도쿄 슈게이저(Tokyo Shoegazer) 등과 같은 밴드들이 슈게이징의 요소를 활용하여 그들만의 독특한 음악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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