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일상에 스며든 외래어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단어들 중에는 순우리말이라고 생각하며 사용하는 외래어들이 적지 않다. 예를 들어, ‘가방’이나 ‘담배’ 같은 단어는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그 유래를 알고 보면 의외의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순우리말이라고 믿고 있는 단어들이 실제로는 다른 문화에서 온 외래어라는 사실을 알면 깜짝 놀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순우리말 중에 외래어가 몇 개나 있을까? 오늘은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단어들 속에 숨겨진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탐구해 보자.
가방
'가방'은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단어 중 하나로, 구글 위키에 따르면 주로 어떤 물건을 포장하여 옮기기 좋게 하거나, 또는 잡다한 여러 물건들을 한 곳에 모아 운반하도록 쓰이는 쌈 짐을 뜻하며 네덜란드어 '카바스(Kabas)'에서 유래됐다.
이후 네덜란드의 영향을 받은 일본을 통해 일본어인 '카방(かばん)'으로 우리나라에 전해졌고 그렇게 우리가 알고 있는 단어 가방으로 불리게 되었다.
고구마
다이어트와 겨울철 간식으로 사랑받는 '고구마'는 일본어인 '코호코마(孝子麻)'가 그 유래다. 고구마는 본래 중앙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가 원산지로, 대항해시대 때 아메리카 대륙을 탐험한 스페인 탐험가들에 의해 유럽과 아시아 곳곳으로 전파되었다.
우리나라에 고구마가 들어온 것은 17세기 중반으로 알려져 있다. 1600년대 중반, 조선시대에 들어온 것으로 추정되는 고구마는 당시 일본을 통해 한국에 전파되었으며 처음에는 귀한 식품으로 여겨졌다고 한다.
이후 다양한 기후와 토양에서 잘 자라며 특히 가뭄에도 강한 특성 덕에 농민들 사이에서 점차 인기를 얻게 되었다.
고무
독특한 디자인과 편안함으로 전 세계인들의 선풍적인 인기를 한 몸에 받은 미국의 신발 브랜드 '크록스(Crocs)'는 합성 고무 재질로 만들어 가벼우면서도 내구도가 뛰어나며 편안하다.
우리가 쓰고 있는 '고무'라는 단어의 어원은 영어로 'Gum', 독일어로는 'Gommi'에서 유래됐으며 일본어 '고무(コム)'를 차용한 단어이다.
고무와 관련된 우리나라 이야기를 잠깐 해보자면, 일제 강점기 시절 고무 공업은 고무신의 편리성이 알려짐에 따라 일반 대중들에게 보급되고 수요가 늘어나면서 우리나라에는 고무 공장들이 들어서게 되었다.
저렴하고 가벼우면서 내구성 또한 튼튼한 특성은 일제 강점기 동안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우리나라 국민들 사이에서 널리 사용되었으며 이를 노린 일본은 문화적 동화 정책을 추진하며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일본식 신발인 고무신을 착용할 것을 강조했다.
고무로 만든 신발은 뼈아픈 우리나라의 시대적 배경, 그리고 일제의 경제적 착취와 과거의 억압적인 시대를 상징하는 삶의 애환이 담긴 아이템이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들을 마주하게 되니 고무라는 단어가 새삼 낯설게 느껴지는 듯하다.
담배
새해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금연을 결심한다. '담배'는 오랫동안 인류와 함께해 온 유해물질이자 기호식품으로, 다양한 문화와 역사적 배경을 지니고 있다.
우리가 담배라고 알고 있는 단어는 포르투갈어 '타바꾸(tabaco)'를 유래로 한다. 그러다 일본어인 '타바꼬(タバコ)'를 거쳐 우리나라에 들어와서는 '담바고'라 불리다 점차 담배로 바뀌었다.
담배는 원래 미국 대륙에서 자생하는 식물인 '니코티아나(Nicotiana)' 속에 속하는 식물로, 마야 문명과 아즈텍 문명에서 중요한 의례적 식물로 사용되었다. 그들은 담배연기를 통해 신과의 소통을 기도하는 의식에 활용하기도 했다.
본격적으로 담배가 전 세계적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한 건 유럽인들이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후 콜럼버스가 이를 유럽으로 가져가고 나서부터다. 1518년 콜럼버스는 담배를 스페인에 소개했고 이후 아메리카와 유럽의 귀족들을 통해 소비되며 16세기부터 17세기에 이르기까지 널리 퍼지게 된다.
망토
고대부터 중세 유럽에서 사용된 '망토'는 소매가 없이 상의 위로 걸쳐 둘러 입는 외투를 뜻하며 프랑스어'manteau'에서 유래되었다. 주로 중세 시대의 유럽에서는 귀족이나 왕족들이 망토를 걸쳤으며 이는 귀족의 신분을 나타내는 중요한 요소로서 작용했다.
망토는 바람이나 추위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역할을 했을 뿐만 아닌, 그 자체로 상류층의 아이콘으로 여겨졌다. 우리나라에 망토가 본격적으로 소개된 시기는 조선 후기에서 개화기로 넘어가는 시기로 추정된다.
19세기 후반, 조선은 외세의 침략과 서양 문물의 유입으로 대격변의 시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일본이 근대화를 추진하면서 일본의 양복이나 서양식 외투가 많이 유입되었고 우리나라의 상류층과 유학파들 또한 사회적 지위와 관계된 요소로 여겨 겨울철 외출복으로 활용했다.
비박
'비박'은 우리에게 여행 중 숙박하지 않을 때 쓰이는 말이다. 비박의 어원은 프랑스어 'Bivouac'으로 주로 임시 캠프나 야영지를 의미하는 용어다. 특히 군사적 또는 탐험적 맥락에서 자주 사용됐다.
이 단어는 원래 '밤을 보내다'라는 의미의 'bivouaquer'에서 파생되었다. 처음에는 군대에서 군인들이 야외에서 임시 숙소를 마련하거나 잠을 자는 상황을 나타내는 용어로 사용되었으며, 이후 현대에 이르러서는 일상적인 야영과 탐험 활동에서도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
비박의 전문적인 개념은 원래 등산, 하이킹, 탐험 등에서 사용되며, 단순하고 실용적인 캠핑의 특성을 강조한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장소로, 빠르고 효율적인 숙소 마련에 초점을 맞춘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으며, 최소한의 장비로 자유롭고 실용적인 야영을 추구하는 현대적 활동에 적합한 개념이다.
조끼
소매가 없는 옷인 '조끼'도 사실 순우리말이 아니다. 조끼는 포르투갈어인 '자크(jaque)'가 일본어 '춋끼(チョッキ)'를 거쳐 우리나라에 들어오게 되면서 조끼로 불리게 되었다. 이 또한 19세기말부터 20세기 초에 해당하는 개화기 때 서양 문화와 의복이 점차 유입되며 우리나라에 전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왕실과 상류층은 서양 문물을 받아들이기 시작했으며 특히 '고종(高宗)'황제는 서양식 의복을 채택하며 서양 의상의 사용을 장려했다. 이 시점으로부터 조끼는 남성의 정장과 함께 도입되어, 주로 왕족이나 고위층 인사들 사이에서 활용되었다.
마치며
일상에서 사용하는 언어 속에는 수많은 외래어가 숨어 있으며, 이들은 우리의 삶과 문화에 깊이 스며들어 있다. 외래어는 단순한 단어가 아니라, 다양한 문화와 역사의 연결 고리로서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번 포스팅을 통해 우리는 익숙한 외래어의 유래와 의미를 탐구하며, 언어의 변천과 발전을 돌아보았다. 우리가 사용하는 외래어 하나하나에는 그 역사와 배경이 담겨 있으며, 이를 알고 사용할 때 우리의 언어생활이 더욱 풍부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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