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철 불청객 '러브버그'
올여름 한국 남부 지역에선 독특한 풍경이 펼쳐졌다. 자동차 앞유리며 가로등 아래, 공원 벤치 위까지 벌레들이 '떼창'을 이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둘이 꼭 껴안은 채 날아다니는 듯한 '러브버그'는 털이 복슬복슬하고 불그스름한 몸을 지닌 것도 모자라, 최근 들어 급증하면서 시민들의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도대체 이 벌레들의 정체는 무엇이며, 왜 이렇게 많아진 걸까?
'러브버그'란?

러브버그(Lovebug), 학명 Plecia nearctica는 본래 북미 원산의 쌍날개목 곤충으로, 평균 610mm 크기에 검은 몸체와 붉은 흉부를 지닌다. 가장 특징적인 습성은 짝짓기한 채 장시간 비행하는 것으로, 이 때문에 '러브버그'라는 이름이 붙었다. 성충은 봄과 가을, 연 2회 대량으로 출몰하며, 생애주기는 약 35일 정도에 불과하다.
이들은 짝짓기 도중에도 비행을 지속하며, 교미 중인 쌍이 떼로 몰려다니는 모습이 자주 목격된다. 짝짓기를 마친 암컷은 유기물이 풍부한 토양에 300개 내외의 알을 낳고 곧바로 죽는다. 유충은 낙엽, 부패한 풀, 동물의 사체 등 유기물을 분해하며 땅속에서 자란다.
이러한 생태적 역할 덕분에 러브버그는 토양 내 유기물 분해를 촉진하는 ‘토양정화 곤충’으로 분류된다. 즉, 생태계 내에서는 익충의 역할을 수행한다. 하지만 성충이 대량 출몰할 경우 인간에게는 불쾌감을 주며 실질적인 피해를 유발하기 때문에 익충과 해충의 경계에 있는 복합적인 곤충이라 볼 수 있다.
최근 등장한 '붉은등우단털파리'

2024년 중후반부터 제주도와 전라남도 일부 지역에서는 또 다른 불청객이 출몰했다. 바로 '붉은등우단털파리'(학명 Cyrtophora rubrothoracica, 속칭 Red-backed hairy fly)다. 이름처럼 등판이 붉은색이고, 몸에 잔털이 많은 것이 특징이며 털파리파리목 털파리과에 속하는 곤충들이 대다수 암수가 꼬리를 맞대고 날아다니는 탓에 사랑벌레(러브버그)라고도 불린다.
국립생물자원관 보고서에 따르면, 이 곤충은 동남아시아 및 남중국 지역에서 기후변화와 운송 물류를 통해 유입된 외래종으로 추정되며, 성충은 주로 여름철에 짝짓기를 하고 폐기물 더미, 풀숲, 정원 등에 산란한다. 공격성은 없으나, 번식 속도가 매우 빠르고 시각적 불쾌감이 높아 민원이 급증하고 있다.
천적과 급증 이유
러브버그의 자연 천적으로는 거미, 개미, 도마뱀류, 일부 조류가 있으며, 유충 시기에는 진드기류 및 토양 내 미생물 군집에 의해 먹히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들의 번식 속도와 짧은 수명을 고려할 때, 천적만으로 개체 수를 억제하기는 어렵다.
2023년부터 급증한 이유로는 기후변화, 특히 고온다습한 환경이 장기화되며 번식 조건이 최적화된 점, 국내 외래종 유입 방역의 허점, 그리고 유기물 관리 미흡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까지 급증 사례는 제주도, 전라남도 여수·순천, 경남 남해안 일대 등으로, 특히 해안가 및 저지대 습지에서 집중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왜 사람 가까이 올까?
러브버그는 사람 자체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도시 환경의 특정 요소에 이끌려 접근하는 것이다. 특히 자동차 배기 가스의 화학 성분, 뜨거운 엔진 열, 밝은 조명, 어두운 배경색 등에 반응해 몰려드는 경향이 있다. 연구에 따르면 러브버그는 이산화탄소와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을 인지해 방향을 정하기 때문에, 차량이나 건물 외벽으로 유입되기 쉽다.
또한 짝짓기 시기에는 빛을 따라 몰려드는 습성이 강해, 가로등이나 창가 근처에서 자주 목격된다. 이로 인해 실내 유입 사례도 종종 발생하게 된다.
익충일까, 해충일까?
러브버그 유충은 낙엽, 썩은 풀, 유기물 등 자연분해 대상들을 먹으며 땅속에서 자란다. 이 때문에 일부 생태학자들은 러브버그를 '토양정화 곤충', 즉 익충으로 보기도 한다. 그러나 성충은 대량으로 출몰하면서 자동차 라디에이터나 도장면에 부착되어 손상을 유발하고, 시야 확보를 방해해 운전자의 안전을 위협한다.
또한, 러브버그의 사체는 열에 의해 산성화 되며, 차량에 장시간 부착될 경우 페인트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 실제로 플로리다 대학 곤충학 연구팀은 러브버그의 체액 pH가 5.5~6.0 사이로 약산성을 띠며, 일정 시간 이상 자동차 표면에 머물 경우 산화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러브버그는 생태적으로는 익충이지만, 인간 생활환경에서는 불청객인 '비의도적 해충'이라 볼 수 있다.
퇴치법
러브버그는 인간을 직접 공격하지 않으며, 독성이나 감염병 위험도 없다. 하지만 불쾌지수와 위생 문제, 도시 미관 훼손 등의 이유로 방제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다음으로 러브버그를 퇴치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 자동차 전면에 왁스 코팅을 하면 벌레 잔해가 덜 붙는다
- 고온다습한 오전 시간 운전을 피하고, 주행 후 즉시 세차할 것
- 유기물 많은 토양 주변에 방충제 사용, 조명은 황색등으로 교체
- 세차 시 중성세제나 식초 희석액을 사용하면 산성 잔여물 제거에 효과적
- 발생지 인근 퇴비 및 음식물 쓰레기 철저히 관리
- 창문 방충망 점검 및 수풀 정리
- 필요시 지자체 방역팀에 신고하여 조사 요청
마치며,
러브버그는 우리가 만든 환경 변화의 결과물일 수 있다. 인간의 도시화, 기후변화, 무분별한 교통 이동은 외래종의 확산을 가속화했고, 지금 우리는 그 반작용을 체감하고 있는 셈이다.
이제는 단순히 불편한 벌레로 치부하기보다, 왜 그들이 여기에 있는지, 어떤 생태적 메시지를 던지는지를 돌이켜보아야 할 때다. 어쩌면, 모르는 새 부쩍 가까워진 기후위기와 생태계 교란의 경고등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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